20120825. 도올의 발언을 이제서야 봤는데 난삽한 단상

*이번 글은 경어체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부득이 반말을 사용합니다. 양해 바랍니다.
*황망한 정신에 차마 다시 컴퓨터를 킬 엄두는 나지 않아 그냥 폰으로 문서를 작성하니 만에 하나 제가 염두에 두지 못한 오타가 있어도 양해 바랍니다.



내가 도올을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내 중학생쯤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.
주역周易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접한 도올의 '노자와 21세기'가, 내가 노장사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흥미에서 벗어나 입문할 수 있게 한 시발점始発点이었다. 어릴적부터 계속 배워왔었던 것도 거의 일방적으로 유교의 가르침을 세뇌당하다시피 해서, 노장사상에 대한 궁금증이랄까, 호기심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 같고.

뭐 이제 와서 생각하자면 어린 나이에 노장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. 소학小学이후 아직도 머리에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는데, 괜히 노자니 장자니 배워봐야 제대로 기억할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.
....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내 주변은 뭐랄까, 좀 폐쇄적인 느낌이 지나치리만큼 강해서, 이른바 '엉뚱한'공부는 하지 못하게 막았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.

아무튼 책을 읽는 자체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 가풍 덕에 나는 빠르게 노자와 21세기 상,하권을 읽을 수 있었고, 완벽한 이해같은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도덕경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서 어느정도 도올을 존경했었다.

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문전공자라는, 너무도 오랜시간동안 미망迷茫을 꾼 나에게 도올은 참으로 따라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었다.
뭐 이후론 도올을 책으로도 대중매체에서도 본 일이 없긴 하지만, 이미지의 각인刻印 이라는 건 의외로 생명력이 길어서 기회만 되면 기억의 심연深渊에서 꿈틀거리며 나오는 물건이니까.

그렇게 나는 한동안 도올에 대한 막연한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. 원체 나란 놈이 주변의 소식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접하는 놈도 아니고, 챙겨 보는 뉴스 등의 방송에서 도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거론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.

뭐 그러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어제인지 그제인지 엊그제인지에 도올이 노골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한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.
거기엔 내가 한 때 나의 롤 모델로 생각했던, 문사철文史哲 쇠락의 세태를 꿋꿋이 버텨내던 고문전공자의 모습은 없었다. 단지 정치권력에 아부하려드는 폴리페서(맞나?)의 추한 모습 뿐.

뭐 사실 어떤가. 도올이 어떤 정치세력을 지지한다고 밝힐지언정, 사실 나는 아무 상관이 없고 어떠한 견해도 가지지 않을 것이었다. 그랬을 것이다. 적어도 그가 천의天意네 뭐네 하는 소리만 하지 않았더라면말이다.

설마했지만 도올이 그 정도로 대놓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. 그 '민의'네 '천의'네 하는 것에, 정녕 나 개인의 의사는 들어간 건가 하는 무척이나 단순한 의문 그 이전에 도올의 발언을 접하고 바로 느낀 것은 이른바 '오글거림', 그리고 당혹감 유사한 그런 것이었다.

조금 더 넘어가니 도올이 과거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부의 조작질이라 주장한 기사도 있네. 난 그 때 군병원에 입원해있어서 몰랐던 것일까. 이젠 숫제 당혹감을 넘어 황망할 지경이다.
이건 뭐 다음정권은 정도령이 이씨조선을 무너트리고 십승지十勝地를 도읍 삼아 새로운 나라라도 열어야할 듯?


덧글

  • MEPI 2012/08/25 02:21 # 답글

    저도 도올을 그리 자세히 아는건 아니지만 어쩌다 티비를 틀때 보면 그의 명강의에 항상 고개를 끄덕이곤 했는데...

    역시 사람은 변하는걸까요... 아니면 공인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하는 수밖에 없는걸까요...

   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...
  • 리에 2012/08/25 19:09 #

    곡학아세하는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었나, 하는 생각이 듭니다.
  • 셔먼 2012/08/25 09:53 # 답글

    도올이 나꼼수에 특별출연해서 MB 깔 때부터 이미 앞날이 노랗다는 걸 알아봤습니다. ㄱ=
  • 리에 2012/08/25 19:09 #

    나꼼충이요? ....그냥 글렀네요. 답이 없어요. ㄱ=)
  • 토르테 2012/08/25 21:13 # 답글

    한 5년 전에는 좀 괜찮아보였는데....

    나이가 너무 든건가....
  • 리에 2012/08/25 23:49 #

    그냥 망한 것 같습니다. -_-)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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